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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E Trend] ‘기억과 상상의 공간, 그 어디쯤…’ 도시재생으로 새옷 갈아입은 서울 유니크베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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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3

문화비축기지 전경

△ 문화비축기지 전경 모습 (사진제공: 문화비축기지)


· 쇠락한 도시에 활력 불어넣는 ‘문화거점’

· 1976년 석유비축하던 곳, 이젠 ‘문화비축’

· 원형 살려 공연장, 전시회장으로 재해석

· 공연문화의 산실 ‘워커힐 쇼’ 막 내리고

· 클림트 등 몰입형 미디어아트로 탈바꿈


도시재생이란 인구감소나 주거 노후화 등으로 쇠락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을 말합니다. 흔히 말하는 재개발이나 뉴타운 사업이 대표적입니다. 물리적 변화와 더불어 최근엔 문화적 거점을 만들어 사람을 끌어모으고 자연스럽게 상권이 활성화되는 방식의 도시재생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건물이 있어도 사람이 오가지 않으면 소용없으니까요. 


도시재생의 방법 중 하나는 죽어있던 공간을 재해석하는 일입니다. 역사적인 상징성은 살리면서 공간을 바라보는 관점에 변화를 줌으로써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스토리텔링의 장소로 거듭나는 것이죠. 과거를 아는 누군가라면 추억에 잠길 것이고, 과거를 모르는 누군가는 상상에 빠져드는 공간은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드라마틱한 변화로 시민들의 주목을 받는 두 곳을 소개합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문화비축기지’와 광진구 워커힐호텔의 ‘빛의 시어터’입니다.  



문화비축기지 내부

△ 마포문화비축기지 T4복합문화공간 내부 (사진제공: 문화비축기지)


‘시민의 힘으로’ 문화비축기지


2017년 드디어 비밀의 공간이 열렸습니다. 1976년부터 석유비축기지로 활용되던 마포 석유비축기지가 석유 대신 문화를 비축하는 공간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굳게 닫혔던 비밀의 문은 어떻게 열렸을까요.


70년대 석유파동 이후 이곳에는 총 5기의 석유탱크가 들어섰습니다. 서울시민이 한 달간 소비할 수 있는 약 7000만 리터의 석유를 비축한 1급 보안시설이었죠. 일반인의 접근은 당연히 불가능했습니다. 2002년 월드컵 경기를 앞두고 안전문제가 제기되면서 이전 결정이 났고, 2000년 폐쇄됐습니다. 이후 10년 동안 이곳은 별다른 역할없이 버려진 곳이었습니다.


서울시는 2013년 시민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이곳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꾸기로 결정하고  시민 아이디어를 수렴해 시설의 방향과 용도를 결정했습니다. 이후 설계자문위원, 워킹그룹, 탐험단 등 시기마다 민간 주도의 모임이 결성됐고 공간조성에서부터 콘텐츠까지 시민의 참여와 협업으로 도시재생이 추진됐습니다. 참여의 기회를 마련한 건 서울시였지만 콘텐츠를 채워 넣은 건 시민들이었습니다. 과거 관 주도의 일방적 도시재생에서 벗어나 커뮤니티형 도시재생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고 있지요.


문화비축기지 T2야외무대

△ 문화비축기지 T2야외무대 전경 (사진제공: 문화비축기지)


문화비축기지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자 석유와 건설 중심의 산업화 시대의 공간이 문화와 예술, 환경이 중심이 되는 생태문화공원으로 거듭났다는 데 많은 시민은 기뻐했습니다. 휘발유를 보관했던 탱크는 외장재와 철판을 해체 후 벽과 지붕을 유리로 만들어 바깥의 풍경과 날씨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장소(TANK1 파빌리온)로 변했고, 경유를 보관하던 탱크는 전체를 해체한 후 야외 공연장(TANK2)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석유비축 당시의 탱크 원형을 그대로 보존한 TANK3는 석유탱크 철판을 따라 오르던 가파른 계단과 유량을 재던 계측기를 남겨 역사적 배경과 당시 상황을 돌아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등유를 보관하던 TANK4는 내부를 그대로 살렸습니다. 어둡고 울림이 있는 공간 특성을 활용한 공연과 전시가 펼쳐집니다. TANK5 역시 등유를 보관하던 곳으로 1층은 영상미디어관으로 2층은 석유문화 이야기관으로 기획전시와 아카이브로 만나 볼 수 있습니다.  


문화비축기지에 ‘쓸모없는’ 건 하나도 없습니다. 기둥, 철재, 철재에 핀 녹, 하다못해 탱크 주변에 버려진 돌까지 문화비축기지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쓸모없는 것들이 쓸모있음으로 거듭난 데엔 과거의 것을 ‘버려야 하는 것이 아닌’ 소중하게 간직해야 할 것으로 바라본 시와 시민들의 깨어있는 의식 그리고 참여가 있었습니다. 그 생각 덕분에 오늘날 문화비축기지는 저마다의 생각과 상상력을 나누는 유니크한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빛의 시어터

△ 빛의 시어터 내부 전시 모습


‘낯선 경험’ 빛의 시어터 


두 번째로 소개할 문화재생 공간은 ‘빛의 시어터’입니다. 빛의 시어터는 지난 5월 워커힐호텔리조트 내 문을 연 몰입형 예술 전시관입니다. 제주에서 선보여 큰 화제를 모았던 ‘빛의 벙커’ 이후 빛의 시리즈 두 번째 전시관입니다. 


빛의 시어터에 들어서면 우선 압도적인 규모에 놀랍니다. 총 1000평, 최대 높이 21m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영상과 웅장한 음악이 순식간에 눈과 귀를 사로잡습니다. 3000개 이상의 고화질 라이센스 이미지를 구현하는 고화질 프로젝터와 서버, 스피커, 영상 음향 자동화 시스템, 3D 음향 등을 활용해 ‘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 대상물의 표면에 빛으로 이루어진 영상을 투사하여 변화를 줌으로써, 현실에 존재하는 대상이 다른 성격을 가진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기술)으로 재현된 ‘빛의 회화’는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그림입니다. 


빛의 시어터 첫 번째 전시는 ‘구스타프 클림트, 골드 인 모션(Gustav Klimt, Gold in Motion)’입니다. 오스트리아 회화의 거장 구스타프 클림트의 명작 ‘유디트(Judith, 1901)’ ‘키스(The Kiss, 1908)’ ‘생명의 나무(The Tree of Life,1905~1909)’가 벽과 기둥, 바닥에 투사돼 움직이면 마치 공간 전체가 움직이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지요. 특히 관객의 눈 앞에서 ‘생명의 나무’가 자라 가지를 뻗을 때 마음 속에서 그것은 정말로 살아있는 나무가 되어 꿈틀거립니다.


클림트 외에도 한스 마카르트(Hans Makart), 오토 바그너(Otto Wagner), 에곤 쉴레(Egon Schiele) 등 빈에서 활약한 거장의 작품이 30분 동안 펼쳐지고, 이어 신체와 관련된 작품으로 20세기 미술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프랑스 화가 이브 클랭의 작품 세계를 다룬 ‘이브 클랭, 인피니트 블루’ 전시(10분)가 이어집니다. 별도의 프로젝트 룸에서는 현대 미디어作 ‘벌스(Verse)’와 ‘메모리즈(Memories)’ 등도 상연 중입니다.


△ 빛의 시어터 전시를 관람하는 모습


빛의 시어터가 있던 자리는 과거 ‘워커힐 시어터’가 있던 곳이었습니다. 워커힐 시어터는 1963년 개관 후 수많은 화제를 낳은 장소로도 유명합니다. 호텔은 박정희정부 시절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이 일본으로 여행가는 대신 국내에서 달러를 쓰게 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름도 미8군 사령관 워커 중장의 이름을 따 워커 힐(Walker Hill)로 지었다죠.


워커힐 호텔을 유명하게 만든 건 ‘허니비 쇼(HoneyBee Show)’였습니다. 현대식 무대시설을 갖춘 워커힐 ‘퍼시픽홀’에서는 그간 한국 사회에선 볼 수 없었던 이색적이고도 파격적인 무대가 펼쳐졌습니다. 또 1963년엔 세계적 재즈 거장 루이 암스트롱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이때 15살의 윤복희가 함께 무대에 올라 화제를 모으기도 했고요. 당시 워커힐 시어터는 명실상부한 연예계의 산실로 통했습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건 없다고 했던가요. 시대가 변하고 뮤지컬과 같은 새로운 공연문화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워커힐 쇼는 2012년을 끝으로 막을 내립니다. 그렇게 또 10여 년이 흘러 뜨겁고 찬란했던 시간은 사라졌지만 공간은 돌아왔습니다. 샹들리에와 리프트, 스테이지 등 기존 워커힐 시어터의 모습을 곳곳에 재현한 모습도 엿보입니다. 과거 워커힐 시어터가 관객들에게 새로움과 놀라움을 선사하는 곳이었듯 빛의 시어터도 관람객들에게 이전과는 다른 관람 경험을 전달함으로써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극장 전체를 조망하고 걸으면서 작품을 감상하는 ‘브릿지’는 다양한 각도와 시선에 따라  저마다 다른 클림트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자신만의 전시 동선을 구축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수공간’ 역시 물에 비친 피사체를 통해 단순히 간접적인 작품 감상이 아니라 관람객이 무대로 들어와 스스로 주인공이 되는 경험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매력적인 공간인만큼 빛의 시어터는 마이스 행사 장소로도 활용됩니다. 피아노 공연, 삼성전자 갤럭시 원더 나이토그래피 체험 행사, 오스트리아 관광청 행사 등이 열렸고 곧 금융사 VIP 관람 행사와 시상식, 작품 시연 등의 행사가 열릴 예정입니다. 공간 특성상 패션쇼가 가능해 패션쇼도 열린다고 하네요. 연출 의도에 따라 조명이나 음향시설의 조정이 가능하고 행사 성격에 따라 맞춤 셋팅도 가능하다고 하니 특별한 연출이 필요할 때 빛의 시어터를 이용해보는 건 어떨까요.



문화비축기지 서울특별시 마포구 증산로 87

T1~T5 10:00~18:00(월요일 휴관)

T6과 카페 Tank6 시설보수로 인한 휴관(~'22.12월까지 예정)


빛의 시어터 in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서울특별시 광진구 광장동 22-1

관람시간 월~목·일요일: 10시~20시(입장마감 19시), 금·토요일: 10시~21시(입장마감 20시)

티켓 성인(20세 이상): 개인 29,000원, 단체(20인 이상) 2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