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E Trend] 2023 MICE의 시작은 ‘지속가능MICE·블레저·하이브리드’
△ 2021 SEOUL MICE ON 하이브리드 행사 진행 모습
· 코펜하겐 “친환경 전환, 단기손실보단 장기적 이익 봐야”
· ‘출장 간 김에 여행’ 블레저 수요 늘 것…지금부터 대비
· 쇼핑 플랫폼 연계하고 인플루언서 생중계, 쇼케이스까지
· 다양하게 펼쳐질 ‘하이브리드 이벤트’ 전세계 경쟁 시작
국내외 MICE산업은 2023년이 코로나 19 엔더믹(감염병의 풍토병화)의 원년이 될거란 기대 속에 준비를 마쳤다. 마스크를 벗어던진 대면미팅이 활기를 되찾고 하늘길도 활짝 열렸다. 엔데믹이 바이러스와 완전한 종식을 의미하는 건 아니지만 펜데믹 3년여 세계인은 기본 대처방법과 공동대응에 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렇다면 세계 각국의 참가자가 한 자리에 모이는 MICE산업은 올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까. MICE 관련 전문가와 종사자들이 바라보는 2023년은 어떤 해일까. 2023년 전세계에 MICE 트렌드를 형성할 3가지 키워드를 꼽아봤다.
친환경적이라 지속가능한 MICE
MICE 주최자와 기획자들은 2023년 MICE산업을 예측하는 핵심의제로 ‘지속가능성’을 꼽는다. 최근 한 글로벌 MICE 연구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자(기획자)의 80%가 지속가능 MICE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MICE 기획자들은 현재도 ‘지속가능 MICE’ 즉 행사과정에서 발생하는 참가자들의 탄소발자국을 줄이고 에너지 사용과 폐기물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에 초점을 맞추고 효과적인 방법론을 모색하고 있다.
여기엔 현실적인 고민도 뒤따른다. 친환경 방식으로 MICE 행사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비용이 추가로 투입되는 탓에 ‘비용 절감’ 방안도 이슈로 떠오른다. 지속가능 MICE를 기획하고 실천하는 전과정에서 참신한 아이디어가 필요한 실정이다.
물론 지금도 세계 주요 MICE도시들을 중심으로 지속가능 MICE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은 이뤄지고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코펜하겐 지속가능성 가이드(Copenhagen Sustainability Guide)’는 대표적이다. 코펜하겐시는 세계 지속가능 목적지(GDS) 2위를 기록할만큼 지속가능 MICE를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유지해왔다. 가이드엔 국제회의 준비와 진행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발생경로와 주의사항 등을 담았다. 코펜하겐시 컨벤션 담당자 키트 리케토프트(Kit Lykketoft)씨는 “회의산업이 경제적 파급효과 등 긍정적인 영향뿐만 아니라 탄소 배출 등의 부정적인 효과도 가지고 있다”며 “가이드가 회의 기획자, 공급자, 참가자 모두에게 지속가능한 이벤트 기획과 참여를 독려하고 회의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영국 MICE산업 전문 뉴스통신사 컨퍼런스뉴스가 지난해 초 발표한 소셜미디어 설문조사 결과는 시사적이다. 컨퍼런스뉴스는 ‘지속가능한 이벤트: 미래환경 조성에 대한 당신의 역할(Sustainable Events: Play your part in shaping the future)’을 트위터 등 소셜채널에 게재하고 설문조사 결과를 두고 전문가들과 라운드 테이블 토론을 진행했다.
조사결과 응답자의 96%가 ‘지속가능성이 가까운 기간 내 중요한 주제가 될 것’이라고 인식했지만, 절반이 넘는 51%는 ‘MICE업계의 지속가능성 강화를 위한 노력이 충분치 않다’고 생각했다. 다만 응답자 전원에 가까운 96%는 ‘지속가능성이 앞으로 의사결정과정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실시하고 있는 지속가능 MICE 실천방안은 공통적으로 도출됐다. 전세계 MICE 목적지들은 MICE 운영의 측면에서 뷔페와 식단의 선택지를 줄여 음식물쓰레기를 적게 내고, 로컬 식자재를 사용하거나 채식 위주의 식단을 추가하는 방안을 진행하고 있다. 참가자들에게 텀블러 사용을 권장하고 행사장 이동시 전기차량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한다든지, 생분해성 자재, 전자명찰·명함을 사용토록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갑작스레 지속가능 MICE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단기적으론 운영비가 손실될 수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장기적으론 더 많은 투자가 불가피하기에 현재의 운영비 손실이 더 큰 이득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펜데믹으로 억눌렸던 여행심리…‘블레저’ 급부상 예고
지난 3년여, 코로나 펜데믹으로 하늘길이 막히고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되면서 해외여행의 수요가 반강제적으로 감소했다. 이 때문에 올해 엔데믹이 도래할 것이라고 가정할 경우 MICE산업은 펜데믹 이전보다 더 큰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비즈니스와 레저를 결합한 ‘블레저(Business+Leisure)’ 시장으로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출장 전후로 개인의 휴가 일정을 덧붙여 여행을 즐기는 블레저는 펜데믹 이전부터 미래 관광산업의 핵심 중 하나로 각광받았다.
△ 이촌한강공원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
최근 Cvent가 발표한 ‘Cvent Planner Sourcing Report’에 따르면, 이벤트 기획자의 83%가 펜데믹 이전인 2019년에 비해 올해 더 많은 대면 이벤트를 개최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더불어 이벤트 경험을 극대화할 창의적인 공간(유니크베뉴)을 발굴하고 참신한 기획력을 가미해 MICE 참가자에게 만족감을 주는 행사를 준비할 것을 당부했다. 더불어 장기간 여행을 가지 못한 것을 보상 받으려는 심리인 이른바 ‘보복여행’ 수요도 해외여행시장에서 폭발적으로 늘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 목적으로 MICE 목적지를 방문하는 비즈니스 트래블러들은 출장이나 전시·컨벤션 등 MICE 참가 목적으로 방문해 업무일정 전후로 투어코스를 기획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이는 참가자들이 펜데믹 이전보다 더 긴 체류시간을 MICE 목적지에서 보낼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주최자와 기획자, 지자체는 비즈니스 트래블러에게 제공할 교통·숙박 등 편의시설을 정비하고 여행을 도와줄 온라인 관광 콘텐츠 개발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프라인 비중 늘리면서 ‘하이브리드·체험’ 강화
오프라인 비중을 늘리면서도 온라인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이벤트는 영역을 더 늘리고, 참가자 체험 프로그램도 강화될 전망이다. Skift가 지난해 2월 개최한 ‘The Future of the Event Industry Summit 2022’에서 참가자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절반 이상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하이브리드 이벤트를 활용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응답자들은 대면과 비대면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은 더 많은 참가자들에게 행사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행사 이후에도 녹화본을 다시 볼 수 있어 효과적인 이벤트 방식이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오프라인 행사를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녹화본을 행사 이후에도 볼 수 있도록 유튜브 등 SNS에 게재하는 방식이 기존 하이브리드 이벤트의 공식이라면, 2023년은 보다 다양한 미팅 솔루션을 통해 참가자가 더욱 생생하게 현장을 느낄 수 있는 방식이 시도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1월 코엑스에서 개최한 ‘서울카페쇼2022’는 하이브리드 이벤트의 미래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서울카페쇼2022 '트렌드 언팩쇼 2023' 행사 현장 모습 (출처: 서울카페쇼 유튜브)
서울카페쇼2022는 △서울카페쇼X카카오메이커스 온라인페어 △유튜브 랜선투어 △하이브리드 쇼케이스 ‘트렌드 언팩쇼 2023’ △버추얼 서울 2.0 활용 등 다양한 콘셉트로 온·오프라인 참가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국내 전시회 최초로 카카오메이커스와 협업한 온라인 페어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온라인 커머스에서 제품과 브랜드를 홍보하고 새로운 판로를 개척할 수 있게 만든 플랫폼 연계형 이벤트였다. 카카오메이커스는 서울카페쇼에 참여하는 제품 가운데 커피, 디저트, 머신 등 커피 관련 소품과 액세서리 70여개 제품의 판매를 진행했다.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지만, 서울카페쇼 기간 한정, 총 4개의 홀(Hall)을 만들어 실제 카페쇼 현장의 느낌을 온라인에서 구현했다.
커피 관련 유튜브 인플루언서 5인이 행사장 구석구석을 생중계한 ‘서울카페쇼 유튜브 랜선투어’는 틀에 박힌 홍보성 중계에서 벗어나 참가부스 관계자나 참가자와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대화하면서 행사를 현장감 있게 전해주는 하이브리드 콘텐츠다. ‘트렌드 언팩쇼 2023’은 새로운 시대 커피산업의 트렌드를 조명한 하이브리드 쇼케이스다. 커피 기업 관계자가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자사 제품과 기술력을 소개했다. 4개 기업에서 10여분씩 발표했다.
이처럼 2023년 MICE산업은 엔데믹이란 기대감 아래 수많은 아이디어 경쟁이 물밑에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혁신을 동반한 참신한 시도들이 회의·관광·전시·이벤트 등 MICE산업 개별 영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올 것이다. 이 같은 장밋빛 전망은 달리보면 그만큼 변화가 펜데믹 기간보다 더 빠르게 일어날 거란 전망이다. 언제든 변이 바이러스가 세계를 강타할 수 있다는 불안은 여전하지만, 펜데믹 기간 축적된 경험은 전세계 MICE산업계에 새로운 돌파구를 더욱 빠르게 모색하게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