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E Trend] ‘뛰어들까 말까’ 온라인 플랫폼 비즈니스, 성공적인 수익모델 창출 과제는?
코로나19 여파, 비대면 온라인 시장 ‘급성장’
이노션, 공연 전문 플랫폼 광고 사업 뛰어들어
‘줌(ZOOM)’ 광고비 월 6억 원 ‘TOP 10’ 진입
대형 포털 네이버·다음 하락에도 ‘줌’은 상승세
삼성·동서·현대차 영상 광고비 ‘32~55%’ 늘려
“마이스, 성패는 고객 중심 데이터관리 달렸다”
‘성공적인 행사가 곧 홍보’라는 광고계의 오랜 믿음이 온라인 비즈니스 시장에 뛰어든 마이스(MICE) 산업에도 유의미한 영향을 불러일으킬지 주목된다. 최근 국내 대기업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 온라인 영상 플랫폼에 광고·홍보 예산을 쏟아붓다시피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생활이 2년째 이어지면서 외출을 자제하고 실내에서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이 늘면서 광고주의 타깃이 자연스럽게 옮겨간 것이다. SNS 채널이 다양해지고 OTT 서비스에 메타버스까지 가세하면서 온라인 플랫폼 시장을 선점하려는 대기업 광고주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올들어 회의·관광·전시·이벤트 산업 등을 아우르는 마이스 산업도 비대면 서비스를 본격화하면서 온라인 시장에서 기존 대기업의 광고·후원 타깃과 접점을 이뤄가는 사례를 심심찮게 만들어내고 있다. 실례로, 지난 6월 전 세계 195개국 133만명이 참가한 BTS의 비대면 팬미팅 ‘소우주’에 현대차와 코웨이가 광고주로 참여해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이 가운데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의 인하우스 종합광고회사 ‘이노션 월드와이드(이노션)’의 행보가 눈길을 끌었다. 이노션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아티스트의 온라인 공연에 광고상품을 기획한 ‘공연 전문 플랫폼 광고 사업’을 본격화했다. 지난달 BTS가 소속한 하이브(옛 빅히트) 그리고 대형 엔터테인먼트 YG가 합작한 디지털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VENEWLIVE’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온라인 플랫폼 광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코로나19가 앞당긴 온라인 시장에서 광고효과를 극대화하고, 온라인 공연사업의 광고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온·오프라인을 오가며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를 도입한 회의(컨벤션) 분야도 조금씩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회의의 취지와 기업의 경영전략·철학이 일치하면 광고나 후원을 위한 협력 테이블이 마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7월 21일 폐막한 정선포럼에 스타벅스가 후원사로 이름을 올렸다. ‘지속 가능한 지구와 함께하는 삶’을 주제로 강원도·정선군·강원도 관광재단이 주최한 ‘하이브리드형 국제회의’ 정선포럼에 강연자로 나선 송호섭 스타벅스 코리아 대표이사는 “사기업으로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지속가능성이다. 어떤 일이든 상업적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해 이 자리에 섰다”라고 말했다. 2025년 일회용 컵 제로화를 선언한 스타벅스는 지난 4월부터 ‘Better Together: 가치 있는 같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탄소 배출량 30% 감축이라는 목표도 세웠다.
메타버스 분야 ‘버추얼 미팅’ 약진
MZ세대, VR로 입학식·채용설명회 “문제없어”
지난달 SK그룹의 디지털 광고 전문기업 인크로스가 분석한 ‘2021 상반기 마케팅 트렌드&이슈 결산’에 따르면, 메타버스에서 대기업의 콜라보 프로모션이 주목받고 있다. 제품판매나 게임콘텐츠뿐 아니라 ‘버추얼 미팅’ 분야도 약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SKT는 올 상반기 점프VR 기술을 활용해 순천향대의 메타버스 입학식을 진행했고, 구직자와 실무자간 아바타 만남을 주요 모티브로 한 채용설명회도 열었다. ‘점프 버추얼 밋업’이란 플랫폼에서 진행한 아바타 채용설명회엔 120명이 동시에 참여해 매칭 실적과 기술력 모두 건재함을 증명했다.
메타버스에선 스트리밍 시 노출되는 배너나 가상공간 곳곳에 설치한 옥외광고 등에 기업광고가 들어간다. 가상공간에서 경기나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광고를 꾸준히 노출할 수 있고, 때에 따라 세밀한 타깃형 광고도 가능하다. 접속자가 많은 게임 분야에선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투자를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유치하는 등 광고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최근 이커머스를 도입한 전시 분야도 대기업 광고·후원에 한 발짝 다가섰다. 국내 온라인 쇼핑 월 거래액 16조 원('21년 5월 기준, 통계청) 중 모바일이 11조원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이커머스 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전시산업이 적극적으로 이커머스를 도입하는 추세다. 지난해 전시산업 대표단체인 한국전시산업진흥회가 네이버(쇼핑라이브)와 협약을 맺고 전시회에 라이브 커머스를 도입한 사례는 대표적이다. 대기업은 모바일에 기반한 이커머스와 라이브 커머스에 홍보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영상 콘텐츠 시장에 풀리는 기업광고비 ‘월 1천억 원 규모’
월 1천억 원 규모의 기업광고비가 영상 콘텐츠 시장에 풀리고 있다는 사실도 온라인 시장에 뛰어든 마이스 산업이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지난달 리서치애드가 발표한 ‘비디오 리포트’는 2021년 6월 동영상 광고 집행 규모를 약 1,173억 원으로 전월 대비 6% 증가한 것으로 집계했다. 유튜브에 644억 원이 몰려 4.6%의 증가율을 기록했고, 페이스북(250억 원), 인스타그램(171억 원), 네이버(21억 원)가 뒤따랐다.
영상 콘텐츠 시장을 휩쓰는 거대 동영상 플랫폼에 대기업 광고비가 집중된 건 그리 놀라운 결과는 아니다. 다만, 이들 영상 콘텐츠 광고기업 중 전월 대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이며 ‘TOP 10’에 진입한 기업이 줌(ZOOM)이란 사실은 마이스 산업에겐 시사적이다. 줌은 지난 6월 6억 원의 광고 매출을 올렸다. 상대적으로 미미해 보이지만, 전월 대비 무려 277%나 증가한 수치다. 같은 달 기준으로 포털사인 네이버와 다음이 각각 -6.6%, -23.4% 빠진 데 비하면, 회의플랫폼 기업의 광고 매출 증가세는 눈에 띄는 약진이라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삼성전자, 동서식품, 현대자동차 등 지난 6월 영상 콘텐츠에 가장 많은 광고비를 집행한 상위기업들은 전월 대비 32~55% 규모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만큼 광고비를 꾸준히, 더 많이 쓰고 있다는 말이다. 10위 이내 광고주로 범위를 넓혀도 아모레퍼시픽을 제외한 모든 기업이 영상 콘텐츠 광고비를 전월보다 더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마이스 산업 관계자들은 온라인 플랫폼과 영상 콘텐츠 광고시장에 진입하는 일이 시기상조라는 부정적 견해도 내지만, 누가 언제, 어떤 아이디어로 시장의 문을 두드릴지 알 수 없다. 다만, 성공적인 진입을 고려한다면 대기업 후원이 집중돼 온 스포츠마케팅 사업을 참고할만하다. 지난해 2월 한국융합과학회지 실린 ‘인하우스 광고회사의 스포츠마케팅 사업의 특징’은 기업의 광고·후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힌트를 제공하고 있다. 신재휴 서울시립대 스포츠과학과 교수는 이 논문에서 “일반적으로 한국의 대기업과 인하우스 광고회사의 관계에서 행사 후원은 모그룹이 특정 행사를 후원하면 최상의 브랜드 노출·홍보 등의 광고 활동으로 인해 최상의 효과를 광고주에게 제공하는 것”이라며 “행사 후원의 경우 단순히 참가자를 대상으로 브랜드를 알리는 데 있지 않고, 스폰서십으로 획득한 권리를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데 쓸 수 있다는 이점도 백분 활용한다”라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마이스 산업은 브랜드 노출·홍보 외에 어떤 스폰서십 권리를 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마이스 산업이 온라인 플랫폼으로 들어온 이상,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산업공식에서 탈피할 것을 주문한다. 이를테면 온라인 플랫폼에선 참가자들의 댓글과 트래픽이 많아지면 셀러가 늘고, 서서히 유명세를 얻으면서 고객 체험을 보강하는 선순환이 관건이다. 이런 마케팅의 변화를 MZ세대가 추동하고, 코로나19가 가속화 시켰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하이테크 마케팅’을 강조하는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기업의 마케팅 전략이 완전히 달라졌다. 예전엔 감으로 내리던 결정을 이젠 데이터로 한다”라며 “마이스 산업이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 진입했다고 해서 단순히 기술적 측면만 보고 있으면 기업의 광고·후원의 수요를 잡을 수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온라인의 강점인 데이터 수집을 시작해야 한다. 행사 전후, 참가자들이 내놓는 다양한 의견을 다음 행사에 반영하는 걸 기준점 삼아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고도화시켜 나가야 한다. 지속 가능한 수익모델 창출을 위해 온라인 플랫폼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