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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E Trend] 초연결 시대, MICE 레거시는 어떻게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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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14



펜데믹 3년 차, 온라인·하이브리드 행사 일상화

참가자 수 등 정량 지표로 경제효과 산출, 한계 부딪혀

UN-SDGs 통한 지속가능한 MICE 레거시 토대 마련

 


‘황금알을 낳는 고부가가치 산업’ 

 

미디어에서 MICE 산업을 설명하는 오래된 수식어다. 기존 MICE 산업이 회의·관광·전시산업을 연계해 국내외 참가자들로부터 고액의 지출을 끌어내는 경제적 가치에 집중했다면, 코로나 펜데믹을 겪으면서 많은 것이 달라지고 있다. 우선 비대면 위주의 행사가 늘어나면서 미팅 테크놀로지가 빠르게 자리를 잡았고, MICE 산업 각각의 분야는 온라인 기반으로 탈바꿈했다. 이런 일련의 흐름은 MICE 산업이 불러일으킨 고부가가치를 새로운 측면에서 재조정해야 하고, 경제적 측정에 머물렀던 MICE 레거시(LEGACY, 유산)’를 사회·문화·기술 등의 측면에서 다각도로 산출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사전적 의미로 ‘유산’을 뜻하는 레거시는 MICE 산업에선 이벤트가 끝난 후 그 이벤트가 추구했던 가치, 문화, 캠페인 등이 지속해서 유지·발전되거나 그 이벤트로 인한 사회·문화·경제적 가치가 새롭게 재창출되는 걸 의미한다. 레거시는 말 그대로 MICE가 불러일으킨 파급효과이면서 동시에 대대로 전승되는 유산이다.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MICE 산업은 참가 국가, 내외국인 참가자 수 등 정량적 지표를 통해 경제 유발 효과를 산출해냈다. 예컨대 특정 행사가 폐막하면 ‘몇 개국, 몇 명이 참가해 수백억 원에 이르는 부가가치를 창출했다’라는 식으로 측정한 성과를 외부에 알렸다. 물론 한국의 MICE 산업은 정부·지자체, 공공기관 발주 행사가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관계로 정량적 지표를 중심으로 레거시를 측정해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기에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최근엔 달라지는 추세다. 오프라인 행사의 경우에도 경제적 가치에 국한한 평가에서 벗어나 MICE 산업의 실질적 파급력으로 레거시를 측정하려는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지난해 대구의 국제회의 사례연구집 ‘대구 비즈니스 이벤트 레거시’는 대표적이다. 대구는 지난 20여 년간 지역에서 치러온 MICE 산업의 성과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대구는 레거시를 ‘MICE가 불러일으킨 지속적 자산과 혜택’이라 규정하고, MICE 참가자에 의한 직접 소비 효과를 넘어 지역의 중장기적 경제, 환경, 사회·문화적 파급효과를 기대했다. MICE 레거시를 △정치·외교 △경제·산업 △환경·생태 △사회·문화 등 4개 분야로 나눠 행사마다 ‘국제적 영향력’ ‘산업혁신’ ‘도시환경 개선’ ‘지역정체성·자부심’ ‘시민의식 수준과 국제화’ 등 정성평가 지표를 통해 향상도를 측정했다.


실제로 대구는 이 레거시를 지역산업 발전계획을 수립하는 데 상당 부분 반영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의 국제회의산업은 도시의 국제적 위상을 드높였을 뿐 아니라, 의료·로봇·물산업 등 미래 신산업 발전의 촉매 역할을 해왔다”며 “이러한 국제회의의 성공사례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향후 지역에서 더욱 발전적인 국제회의가 개최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대구 사례를 포함해 MICE 레거시가 질적 평가로 전환하는 추세에 대해 서병로 건국대 MICE 연계 전공 교수는 “예전의 레거시는 ‘연간 개최 건수 등 개수(정량적 지표)’를 중요시했는데, 이젠 질적인 시대로 바뀌고 있다”며 “MICE 산업을 통해 고용 창출, 지역사회 문화·의식·생활 수준·환경 인프라 개선 등이 이뤄지고, 새로운 비즈니스도 만들어진다는 데 공감대가 모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창의적 혁신이 가속화 할 글로벌 MICE 산업을 선도하려면 정성적 측면에서 레거시를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온라인·하이브리드 MICE의 레거시는?

새로운 행사 유형의 보편화가 레거시 측정에 미칠 영향



오프라인 MICE의 질적 평가 전환은 온라인·하이브리드 등 새로운 유형의 범온라인 MICE 레거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 온라인을 가미한 MICE는 불편하고 비효율적일 거란 예상을 깨고, 코로나 펜데믹 3년 만에 보편화됐다. 참가자들은 온라인상에서 말하고 듣고 메모하는 데 불편을 크게 호소하지 않고, 주최자는 온라인이란 가상의 공간에서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효과적인 IT 기술을 도입하거나 개발하고 있다. 온라인이 접목되면서 기존의 단기 행사는 중장기로 기간을 대폭 늘렸고, 참가자는 같은 행사를 여러 차례 반복해서 참관하고 링크를 여기저기 공유하면서 MICE 파급력을 지속적으로 높여가고 있다. 코로나 19가 MICE와 미팅 테크놀로지의 미래를 급속히 앞당긴 것이다.


전문가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초연결 사회(Hyper Connected Society)’가 가속화될 거란 전망도 내놓는다. 초연결 사회는 이메일, 모바일 메시지, 전화, 메타버스 등 온라인 공간과 대면 접촉(오프라인 공간)이 혼재된, 온·오프라인에서 가능한 모든 통신수단을 활용하는 사회를 뜻한다. 모든 사람과 사물, 기기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초연결’이란 개념은 코로나 19를 겪으면서 마이스(MICE)산업에도 서서히 착근하고 있다. 화상회의, 온라인 축제·전시회, 버추얼 행사플랫폼과 같은 온라인 MICE 서비스가 널리 쓰이고, 오프라인 메인 행사장에 제한된 인원이 참가해 대면 미팅을 하는 동시에 이를 실시간으로 온라인 생중계하는 하이브리드 이벤트에 이르기까지 ‘초연결 MICE’는 이미 진행형이다.



주최자가 기획한 시공간 벗어나 개인별로 MICE 향유

행사 가치와 맥락, 콘텐츠와 메시지 ‘지속 전달’ 가능



그렇다면 온라인과 오프라인 그리고 온·오프라인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등 다채롭게 진화하는 MICE 행사에선 제각각 어떤 ‘레거시(LEGACY, 유산)’를 기대할 수 있을까.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행사가 남긴 레거시는 온라인, 하이브리드 행사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수 있을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시공간이 더욱 확장된 초연결 MICE로 변모할 경우 MICE 레거시도 다른 양상을 띨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지난 2년간 치러진 온라인·하이브리드 형태의 행사는 참가자가 온라인에 접속해 실시간으로 음성이나 문자로 소통했다. 특히 지역축제의 경우 체험 키트를 통해 서로 다른 공간에서 함께하는 체험을 제공하는가 하면, 홈쇼핑, 유튜브 맛집·먹방 콘텐츠를 차용해 지역특산물의 지속적인 구매를 끌어내기도 했다. 관광 분야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문화해설사를 대동하지 않고 현장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VR·AR 기술을 녹인 질 높은 관광정보를 제공했다. 2021년 5월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개최한 서울드럼페스티벌도 시사적이다. 이 페스티벌에서 주목할 기획은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구축한 ‘페스티벌 맵’이다. 공연장(서울장충체육관)을 찾지 못하는 참가자들을 위해 메타버스 공간을 열었다. 단순히 공연을 관람만 하는 게 아니라 메타버스 팬미팅을 통해 뮤지션들과 실시간 소통할 수 있게 했다. 


이처럼 온라인·하이브리드가 적용된 MICE는 주최자가 기획한 시간과 공간을 벗어나서도, 행사가 끝났어도 참가자 개인별로 행사의 가치와 맥락, 콘텐츠와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받을 수 있게 됐다. 온라인형 행사가 MICE의 일상화 즉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MICE로 나아가는 데 주춧돌이 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온·오프라인 융합축제의 운영전략을 분석한 신현식 한라대 호텔관광경영학부 겸임교수는 <문화콘텐츠연구>를 통해 “오프라인 행사장은 페스티벌이 끝나면 공간도 사라지는데, ‘상징공간’을 만들어 오프라인 축제장을 찾은 사람들에게 언제든지 축제를 느낄 수 있게 하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공존하는 이른바 ‘축제의 일상화, 일상의 축제화’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제인 홈즈 게이닝엣지 시니어매니저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 레거시 측정지표로 도입 고려해야”



코로나 19가 초연결 사회를 앞당기면서 확 달라질 MICE 산업에 대한 대비는 비단 평가 기준을 정량·정성 지표를 개발하는 데 국한하지 않는다. 동북아의 정치·경제 중심지라는 지리적 여건, 세계 최고 수준의 IT 기술력과 탄탄한 MICE 인프라 등 세계 상위권 MICE 시장을 노리는 한국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글로벌 MICE시장을 선점하려면 달라지는 국제기준을 빠르게 도입·흡수해야 한다는 전망이다.


최근 제인 홈즈 게이닝엣지 아시아지역 시니어 매니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MICE 레거시에 관한 논의는 국제기준에 걸맞은 규정과 기준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UN이 선정한 ‘지속가능발전목표(UN-SDGs)’를 MICE 산업에 적극 도입할 것을 당부한다. UN-SDGs는 △빈곤 탈출 △양질의 교육 △성 평등 △깨끗한 물과 위생 △기후행동 △양질의 일자리와 경제 성장 등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지켜야 할 가치를 17가지 키워드로 제시하고 있다. 


그럼 UN-SDGs를 MICE 산업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홈즈는 기획 단계부터 UN-SDGs를 중심으로 행사의 목표와 비전, 내용과 구성, 주최자와 참가자의 이해와 참여를 이끌어내고, 행사가 끝난 후 이 지표들이 얼마나 지켜졌는지 성과평가를 할 것을 주문했다. 예컨대 최신의 나노 소자·시스템 분야의 발전을 논의하는 글로벌 플랫폼에 관한 행사를 기획한다면, 기획 단계부터 행사의 비전을 ‘인류의 이익을 위한 기술혁신과 우수 인재를 육성한다’는 대전제를 설정한다. 현장에선 종이나 플라스틱 기자재를 최대한 줄이며, 연사와 패널의 남녀 비율을 동등하게 가져가려 노력하고, 일자리 창출을 비롯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예측할 때 소외되는 계층은 없는지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온·오프라인 각각에서 전에 보지 못했던 MICE 플랫폼, 애플리케이션, VR·AR·XR 기반의 미팅 테크놀로지가 생겨나고 그에 발맞춰 대행과 서비스 분야도 빠른 속도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참신한 MICE 기업을 발굴하고 글로벌 MICE 전문가를 양성해온 김지현 서울관광재단 MICE기획팀장은 “초연결 사회라는 대혼란기에서 국내 MICE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온·오프라인이 융합한 MICE의 레거시를 어떻게 규정하고 발전시킬지에 관한 선제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이후 UN-SDGs를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MICE의 실천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