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세계지식포럼(WKF), 지식으로 새 천년 새 틀을 짜다
· 매경미디어그룹, 2000년부터 매년 개최
· 펜데믹·세계경제침체 벗어날 ‘초과회복’
· 세계 정상급 석학·전문가 머리 맞대어
· ‘Made in KOREA’ 세계 최대 지식포럼
· 주최측이 꼽은 성공비결 ‘5가지 기본기’는?
2000년 밀레니엄과 함께 첫 발을 내딛은 ‘지구촌 최대의 지식축제’ 세계지식포럼(WKF)이 23회째를 맞이했다. WKF는 매경미디어그룹이 창조적 지식국가 전환을 목표로 매년 세계 최고의 석학들을 초청해 글로벌 이슈를 진단하고 미래 전망을 내놓는 아시아 대표 포럼이다. 올해 WKF가 선정한 아젠다는 ‘초과회복: 글로벌 번영과 자유의 재건(Supercompensation: Restoring Global Prosperity & Freedom)’.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바이러스가 전세계를 강타했고, 불과 3년여 만에 세계경제는 수렁에 빠졌다. 회복을 넘어 더 나은 상태가 되는 단계를 의미하는 ‘초과회복’이 시급한 상황이다.
△ 세계지식포럼 2022 개막식 장소 모습
지난 9월 20~22일 장충아레나를 주무대로 서울신라호텔, DDP 일원에서 열린 WKF는 등록비가 300만원을 훌쩍 넘는 고가의 포럼이지만, 개막 첫날에만 참가인원 2600여명(연인원 1만여명)을 불러모을만큼 세계인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초과회복을 논의한 7개 주제는 △신냉전시대 △새로운 부의 균형 △산업전환의 역학 △미래행 런치패드 △녹색전환&C-테크 레이스 △자유의 함수 △신뢰의 구축과 가치있는 삶이었다.
개막식 기조세션에 참가한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는 “금융위기, 코로나 펜데믹,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글로벌 복합위기를 겪고 있다”며 “‘초과회복’을 얻어내려면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 간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도 “자국우선주의가 득세하도록 두지 말고 자유 민주주의 국가들이 연대해야만 위기를 이겨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국제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전세계 경기 침체가 앞으로 1~2년 안에 끝날 수 있다”는 낙관론을 펼쳐 이목을 끌었다.
‘초과회복’이란 용어는 지금은 다소 생소하지만, 머지않아 세계경제를 표현하는 주요한 키워드로 등장할 전망이다. 실제로 WKF를 통해 대중화 된 키워드는 적지 않다. 지난 8월 발표한 ‘세계지식포럼 키워드 네트워크 분석(정우성 외)’에 따르면, ‘가상현실’이 2016년 WKF에서 처음 논의된 데 이어 ‘인공지능(AI)’ ‘가상화폐’ 등도 2017년 WKF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이들 단어는 1~2년 후 국내외 뉴스와 연구보고서에서 폭발적인 빈도수를 보였다. WKF가 말 그대로 ‘세계지식’을 선도하는 장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또 ‘지식으로 새 천년 새 틀을 짜다’를 주제로 첫 포럼을 개최한 이후 총 5188명의 석학과 글로벌 전문가가 강연했고, 5만5860여명의 청중이 참가(2021년 기준)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지식포럼의 반열에 오르고 있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최승진 WKF 총괄팀장은 “글로벌 이슈를 다루는 특성상 연말부터 이듬해 4~5월까지 차기행사의 주제를 선정하는데 올해는 코로나19에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전세계가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며 “초과회복이란 주제는 현재 고민과 미래의 해법을 함께 담기에 가장 적합한 용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제엔 WKF의 지향점 담아야 하기에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아이디어를 수렴해 결정한다”고 덧붙였다.
△ 새로운 부의 균형 세션 진행 모습 (사진제공: 매일경제)
WKF는 글로벌 전문가들의 강연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주제에 접근하고 참여를 유도하면서 함께 고민을 풀어간다. ‘오픈세션’은 대표적이다. WKF는 17개의 명품강연을 대중에 무료로 공개했다. 소설 ‘파친코’의 이민진 작가,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배우 마츠시게 유타카, 메타버스 창시자 필립 로즈데일 등 최근 전세계 이목을 집중시킨 스타급 인사들의 강연을 등록비 없이 사전신청만으로 만날 수 있게 했다.
‘메타버스관’에선 실시간 강연 외에도 NFT 작품 전시회 등 참가자들을 위한 풍성한 기획들이 참가자를 기다렸다. 메타버스관은 국내 NFT작가 최초로 개인전을 개최한 레이레이(LAYLAY) 작가와 협업해 △연사 소개 △생중계 △NFT 전시회 등 3개관으로 구성했다. 전시관에는 레이레이 작품을 비롯해 NFT작가 30여명의 작품이 전시됐다. 메타버스관에서 생중계를 보고 인증하는 참가자에겐 갤럭시워치5, 가상자산 KLAY 등이 경품으로 주어졌다.
△ 세계지식포럼 메타버스관 (사진제공: 매일경제)
WKF 뉴스레터 ‘날리지 인박스’는 연사와 참가자 간 소통창구다. 포럼을 앞두고 구독자들이 참석이 예정된 연사들에게 질문을 남기면 연사들이 답변을 하는 방식이다. 주최측에서 차수별로 연사진을 공개할 때마다 뉴스레터 구독자들은 기다렸다는 듯 질문을 쏟아냈다. 지난해 12월 4000명으로 시작한 뉴스레터 구독자는 7월말 6800명으로 크게 늘어 포럼의 새로운 소통채널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개막 사흘 전(9월 17일)부터 서울신라호텔에서 부대행사로 열린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산책’에도 참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고(故) 이건희 삼성회장이 기증한 소장품 중 일부(한국작가 15명의 작품 34점)를 선보였는데 참가자는 예약없이 입장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전문해설사의 해설은 물론이고, 스마트폰 앱을 통한 오디오 도슨트도 받을 수 있어 관람에 편의를 제공했다.
한편 WKF는 올해 첫 주제곡을 선보였는데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했다. 국내 AI 작곡 스타트업 포자랩스는 AI기술로 가상악기 소스를 조합해 5분 이내에 주제곡을 완성했지만,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것처럼 웅장하고 파워풀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밖에 갈라디너(허니제이·홀리뱅 공연 등), 이민진·아닌디야 고즈 ‘북 사이닝’ 이벤트 등 다양한 이벤트가 참가자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 초연결사회의 위험 세션 진행 모습 (사진제공: 매일경제)
WKF는 당대 최고의 석학, 기업가, 국제기구 관계자 등 전문가그룹이 머리를 맞대어 인류의 문제를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국제이벤트로 발돋움하고 있다. 특히 ‘MADE IN KOREA 컨벤션’이란 점에서 국내 MICE산업의 대표 컨벤션으로 인정받는다. WKF 측은 성공비결로 ‘5가지 기본기’를 꼽았다.
첫째 시대의 트렌드 읽어야 하고, 둘째 트렌드에 맞는 연사가 섭외돼야 한다. 셋째 사무국이 지속적으로 유지돼야 하고, 넷째 대행사(PCO)가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마지막 비결에 대해 최태영 인터컴 대표는 “세계가 주목하는 포럼을 만들고 운영하려면 우선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경제가 나쁘면 후원·협찬도 어렵다. 그럼에도 23년을 이끌어 올 수 있었던 비결은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의 의지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섯번째는 바로 주최 측의 의지다.
장대환 WKF 집행위원장(매경미디어그룹 회장)은 “WKF는 세계 석학들의 지식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지식의 신세계이자 지식의 향연으로 자리잡아 왔다. 최근엔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물리적 거리의 한계를 극복하고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각종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시민들에게 지식을 전파하는 첨병 역할도 해내고 있다”며 “WKF가 열리는 사흘간 참가자들은 조화로운 성장과 번영을 지속하고 더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것이고, 여러분의 소중한 시간을 최고의 지식으로 보답해드릴 것을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세계지식포럼은 어떻게 아시아 최고의 지식축제 됐나
[인터뷰] 최승진 세계지식포럼 총괄팀장, 최태영 인터컴 대표
△ 최승진 세계지식포럼 총괄팀장 (좌), 최태영 인터컴 대표 (우)
‘아시아 최고 지식축제’란 명맥을 20년 이상 지켜온 세계지식포럼(WKF)은 매경미디어그룹(주최자)의 의지와 국제회의기획사 인터컴(PCO) 간 협업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세계지식포럼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양 기관의 파트너십이 어떤 효과를 불러왔는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 9월 21일 세계지식포럼(WKF) 현장에서 최승진 WKF 총괄팀장과 최태영 인터컴 대표를 만났다.
-매년 당대의 글로벌 이슈를 토론하고 해법을 제시해온 세계지식포럼이 23회를 맞았다.
최태영: “1997년 IMF를 겪으면서 실의에 빠진 국민에겐 희망의 메시지를, 갈길 잃은 정부엔 정책적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매경미디어그룹(매경)이 ‘국민보고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미래 국가 아젠다를 도출했다. 당시 매경의 장대환 회장은 국민보고대회를 키워 글로벌 현안을 토론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국제회의로 넓히길 원했다. 의미있는 지식아젠다를 글로벌 포럼으로 만들기로 하고 세계경제포럼을 벤치마킹했다.”
-20년 이상 지속할 수 있었던 비결은.
최승진: “지식포럼은 여러 분야가 협업하는 종합예술이다. 연사나 주제선정의 경우 장대환 회장께서 직접 세계경제포럼 등을 통해 글로벌 트렌드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한다. 방향성을 제시하고 석학을 섭외할 때도 있다. 미디어그룹이다보니 네트워킹에 강점이 있다. 지식부엔 기자도 있고 직원도 있다. 기자와 직원들이 발로 뛰고 신문사 네트워크 활용하면서 분야별 세계일류 연사를 섭외한다. 다음은 하드웨어 측면이다. 오늘 하루만 참가자가 3천명이 넘는다. 연인원은 1만여명에 달한다. 행사 사흘간 엄청난 하드웨어적 능력이 필요한데 한국에서 국제회의기획사로 인터컴 만한 곳이 없다.”
-WKF를 통해 지난 20여년 동안 총 5천명이 넘는 세계 석학들이 난제를 해결하려 나섰다. 포럼이 전세계에 미친 영향은.
최승진: “우리는 전세계 모든 지식포럼을 리드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늘 새로운 도전을 하는 건 우리의 의무다. 우선 글로벌 이슈를 선도하고 리드하는 역할이다. 올해는 지정학, 경제, 기후변화 등 7개 트랙을 운영했다. 특히 에너지 전환과 기후변화에 통찰력을 가진 연사들일 많이 참가했다. 앞날을 읽고 준비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우주’ 관련 토픽도 눈여겨볼 만하다. 올해 세계지식포럼에서 이뤄진 논의들은 내년 트렌드를 이끌어갈 것이다. 이처럼 글로벌 이슈는 물론이고 한국의 변화를 해외에 알리는 플랫폼으로서 포럼이 제역할을 해왔다고 본다.”
-WKF가 서울의 MICE산업에 남긴 레거시는 무엇인가.
최태영: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 주목한다. 우선 시대의 트렌드를 따라가려 노력했다. 선진문물을 적극 받아들였다. 한정된 재화와 여건 안에서 최상의 해법을 도출했다. 서울 중구엔 컨벤션센터가 없어 이른바 ‘MICE 벨트’를 구축했다. 반경 500미터 이내의 ‘장충체육관-신라호텔-앰배서더호텔-국립극장’을 MICE 베뉴로 연결했다. 장충체육관에 높이 8미터, 폭 55미터 규모의 초대형 LED를 도입해 세계적인 벤치마킹 사례를 남겼다. 최근엔 메타버스를 도입했고, 버추얼시스템에서 촬영해 가상과 현실을 접목시키는 이벤트도 기획했다. 따라서 굳이 꼽자면, 최신 기술 트렌드를 적극 활용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해온 점을 꼽고 싶다.”
-‘개최지 서울’의 매력은 어떤가.
최태영: “포럼 초창기인 2000년 초반엔 대규모 행사를 할 수 있는 지역이 서울뿐이었다. ‘개최지 서울’의 매력은 전세계 경제활동이 활발히 이뤄지는 곳이란 점이다. 지식포럼은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을 아우를 수 있어야 하기에 서울을 대체할 만한 곳을 지금까지도 찾기 어렵다. 말 그대로 ‘다이내믹 서울, 코리아’ 아닌가. 여기에 ‘안전한 도시’란 점에서 전세계 MICE 참가자들이 상당한 매력을 느낀다. 주요 거점마다 통역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다. 서울은 다양성, 역동성, 안전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MICE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