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 Insider] 외국인 체험형 쿠킹클래스가 코로나에도 살아남은 비결은? 김민선 오미요리연구소 대표 [인터뷰]
· 서울에 핀 공정관광 아이디어 ‘지속가능한 로컬미식기행’
· 전통시장서 장보고 시식…상인들과 소통하며 문화체험도
· 한국 참맛 느끼고 지역경제도 살려 “이런 경험 처음이야”
· 코로나 창궐하자 온라인 전환…회의의 연속 “잘 만들자”
· 해외 기업서 실시간 클래스 주문 ‘랜선회식문화’ 생겼다
8년 전, 전통시장 9개가 모여있는 서울 동대문구에서 한 관광벤처기업이 지속가능·공정관광의 실마리를 찾으려 문을 열었다.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식을 체험하는 쿠킹클래스인데 출발지점이 지하철역 출구다. 대로변에서 고객을 기다리던 오미요리연구소의 김민선 대표(사진)는 일행들에게 간단한 한국말 몇 가지를 알려주곤 곧바로 전통시장으로 향했다.
△ 김민선 대표, 오미요리연구소
식재료를 구입하면서 미리 귀띔해준 한국말을 쓰게 했고, 상인들은 낯선 이방인 고객들(!)에게 손짓발짓을 써가며 시식을 권했다. 장바구니에 식재료를 담아든 관광객들은 시장 인근의 오미요리연구소에서 한식을 만들고 나눠먹는다. 코로나19가 창궐했다. 전세계 하늘길이 막혔고 모임도 제한됐다. 오프라인 체험을 핵심사업으로 운영하던 오미요리연구소가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김 대표는 기로에 섰다.
그렇게 2년이 더 지났다. 김 대표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외국인 관광객들과 소통하며 한식과 한국 전통문화를 세계인에게 알리고 있었다. 물론 지속가능·공정관광이란 목표도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펜데믹 기간, 오미요리연구소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 8월 8일 세찬 장맛비를 뚫고 오미요리연구소를 찾았다.
- 코로나 펜데믹 2년이 더 흘렀다. 그간 어떻게 지냈나.
“스튜디오를 이전하고 랜선투어, 온라인 쿠킹클래스라는 새로운 분야도 시작하면서 바쁘게 지냈다. 코로나 이전엔 주로 외국인 관광객을 대면으로 만나서 한국음식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했다면, 코로나 이후엔 만남이 일절 불가능했기에 새로운 시도가 불가피했다. 다양한 온라인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도했고 내실화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했다.”
-오미요리연구소는 외국인 참가자들과 동행해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고 그 식재료로 한식을 만들어 나눠먹는 신개념의 미식체험관광이다. 온라인에선 불가능할 것 같았는데.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미식체험관광이라서 온라인이지만 강의료 형식으로 참가비를 받았다. 워크숍 형태로 해외의 기업·기관들과도 함께 했다. 크리스마스, 생일, 송년회·신년회 등 파티형식의 행사를 실시간 온라인으로 치렀다. 예컨대 LA의 한 IT기업의 경우 임직원 50여명이 줌으로 실시간 참여해 삼겹살에 소주칵테일을 함께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코로나 탓에 이들도 한 자리에 모일 수 없어 각자 집이나 사무실에서 가족, 반려동물과 함께 미식체험을 이어갔다. 단체사진(스크린 캡처)을 찍을 땐 온가족이 총출동했다. 이전엔 볼 수 없었던 가족과 함께 즐기는 랜선회식문화가 만들어져서 서로 흥미로워했다. 단, 시차 때문에 새벽 2시, 5시에도 쿠킹클래스를 해야 했는데, 우린 힘들었지만 참가자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 온라인 쿠킹클래스 진행 모습
-참가자들이 외국인이라 온라인에서 한식을 함께 만든다는 게 수월하진 않았을 것 같다.
“소주를 준비하라고 하면, 참가자들은 한인식자재마트에서 참이슬, 청하, 과일소주 등 각자 다른 걸 사온다. 술마다 맛과 향, 도수가 달라서 레시피도 다르게 알려줘야 했다. 해물파전에 넣을 고추를 가져오라고 하면 (한국사람들은 청양고추를 준비했겠지만) 외국인들은 베트남고추, 인도고추, 할라피뇨 등등 다양하게 가져온다. 또 한국 간장의 짠맛을 감안해서 레시피를 만들었는데 참가자들은 중국, 일본, 태국 간장을 가져온다.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외국식자재마트에 가서 외국 간장들을 구입해 염도와 단맛을 체크해야했다. 한국 간장 한숟갈이면 외국 간장은 두 숟갈 넣는 식으로 레시피를 알려줬다. 덕분에 우리도 공부를 많이 했다.”
-펜데믹 이전보다 더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랜선투어, 메타버스 플랫폼 등을 적극 활용하면서 외국인과 소통의 끈을 놓지 않았다. 온라인 전통음식체험에 노하우가 생겼을 것 같다.
“노하우라고 할 게 있나. 계속 시도하고 참가자들의 피드백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바꿔보려한 게 노하우라면 노하우다. 우리도 처음엔 너무 어려웠다. 온라인 방송을 해본 적 없었기 때문에 직원들과 회의를 많이 했다. 달리 선택지가 없었고 이왕 할 거면 잘하자는 생각 뿐이었다. 한국을 보여주는 채널이라서 대충 만들면 외국인들이 받아들이는 정보가 왜곡될 수 있지 않겠나. 끊임없이 시도하고 변화하려는 노력이 좋은 퀄리티로 이어진 것 같다.”
-온라인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가장 신경쓴 부분은 무엇인가.
“우리 연구소의 핵심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것이다. 온라인이라고 해서 단순히 레시피를 전달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식재료를 어디서 어떻게 구입했는지 알려주고, 한국의 전통시장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TV 프로그램 ‘6시 내고향’처럼 실시간으로 시장상인과 인사를 나누고 식재료에 대한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전했다.”
△ 온라인 쿠킹클래스 참가자들의 요리 완성 모습
-최근엔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비대면 소통의 저변을 크게 넓혔다.
“줌이나 유튜브가 실시간 소통에 효과적이라면, 게더타운 같은 메타버스 시스템은 엔터테이먼트적인 요소가 더해진다. 가상공간에서 게임을 하고 수업과 관련한 다양한 영상을 보고 강의도 들을 수 있다. 참가자 입장에선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대면하기 어려운 상황에선 이런 시도들이 신선하고 재미있게 다가갔던 것 같다. 다만, 어떤 플랫폼이 효과적이냐고 묻는다면, 어떤 것도 상관없다고 답할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에 맞춰 콘텐츠를 바꾸면 된다. 먼저 플랫폼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편이다.”
-세계관광기구는 ‘지속가능·공정관광’을 장려하고 있다. 사회·경제·환경적 영향을 고려하면서 현지 주민과 방문객 쌍방의 요구를 충족케 하는 관광인데, 이 기준을 그대로 옮겨오면 오미요리연구소의 활동과 거의 일치한다.
“지속가능관광, 공정관광은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다. 8년 전, 시장에서 연구소를 개소할 때부터 외국인 관광객들이 지역을 여행하면서 경제 선순환을 만들 수 있게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여행자들은 시장에서 식재료를 사서 음식을 만든 후 돌아갈 때 재구매하고, 상인들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더 친절하고 재밌는 경험을 주기 위해 노력하면서 선순환이 이뤄진다. 시장 안에 쿠킹클래스를 만든 이유도 식재료를 이송하는 과정을 줄여 최소한의 탄소발자국을 남기는 방안이었다. 플라스틱·비닐봉투 안 쓰기도 장려한다. 장바구니를 1인당 1개 제공해 시장에서 구입한 식재료를 원물 그대로 담아온다. 음식을 싸달라는 여행자가 있으면 생분해 플라스틱으로 만든 포장용기를 제공한다.”
△ 오미요리연구소 요리사진
-또 어떤 변화를 꾀하고 있나.
“펜데믹 2년간 삼성, 구글, 에어비앤비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과 워크숍을 많이 했다. 최근 이들 기업이 오프라인 프로그램에 관한 문의를 보내오더라. 그래서 한국에 오기 전 프로그램(사전 체험)은 온라인으로 하고, 한국에 오면 오프라인을 할 텐데 하이브리드형으로 할 계획이다. 다시 말해 한국에 오고 싶지만 못오는 분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온라인으로, 실제 현장에서 체험하고 싶은 분들은 하이브리드형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는 거다.”
-못다한 말이 있다면.
“코로나를 지나면서 많은 게 달라졌다. SMA 회원사나 서울관광재단과 협업을 하면서 더 나아갈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있기를 바란다. 구체적으론 더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체험할 수 있도록 넓은 공간을 보유한 기업과 협업하거나, 콘텐츠가 필요한 MICE기업이 있다면 우리의 콘텐츠를 함께 쓸 수 있을 것이다. 올해도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어려움을 이겨내겠다.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가치를 발굴하면서 외국인 관광객에게 서울의 맛있는 추억을 전할 것이다.”